반려동물 죽음에 애도하지 못하는 미숙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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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하나 죽었다고 휴가를 쓰냐?

여느 때처럼, 한가롭게(?) 컴패니몰을 살펴보다 눈에 띄는 댓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설마 사람이 사람한테 저란 말을 할까’ 싶습니다만,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넘어서는 법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펫로스’라는 단어를 자주 접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마주하는 단어이기도 한데, ‘슬프다’,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 등 이야기는 많이 했지만, 자세히 알아봤던 적은 없어 차근차근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마침 잘 정리된 논문이 있어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992년,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에 의하면 유년기 이후 생각나는 최초의 죽음으로 조사대상자의 28%가 반려동물의 죽음이라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가족, 또는 가까운 친구라 생각하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몸과 마음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죠.

‘오랫동안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지낸 반려동물이 죽거나 사라진 후 생기는 상실감과 고통, 슬픔,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장애를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 합니다. 상실에 대한 부인, 내면적 슬픔, 상실한 개체와의 동일화, 상실한 개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는 자책과 분노, 무심함과 같은 여러 감정과 기분의 연속적인 변화로 나타나게 되지요.

‘반려동물을 상실한 반려인은 평균 10개월 정도 슬픔을 경험하며, 보통 약 6개월에서 일 년 정도 지속’된다고 합니다. 반려동물을 잃게 된 후 충격과 상실감으로 불면증, 우울증 등의 심리적 공황 상태를 경험하기도 하고 식욕부진, 현기증 같은 증상으로 건강이 악화되기도 하는데, 미성년자의 반응은 성인과는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1-2세의 영아는 죽음을 알지 못하지만 대신 주변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데, 과민, 수면과 섭식 양상의 변화, 조용함 등으로 슬픔을 표현합니다. 2-6세의 아이들은 죽음을 잠자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그들에게 있어 죽음은 임시적인 것이라 이미 죽은 반려동물이 다시 살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6-12세의 어린이들은 죽음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죽음을 인식하게 된 미성년자는 반려동물을 상실하였을 때 슬픔, 혼란, 공포 및 죄책감 등을 느끼고 반려동물을 죽였던 사람에게 분노와 증오를 느끼게 되는데, 이는 사고의 가해자뿐 아니라 안락사를 수행한 수의사와 반려동물을 편히 쉬게 해 달라고 요청한 부모에게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안락사로 반려동물을 상실한 성인의 경우 슬픔과 울음, 섭식과 수면 장애, 일상생활에서의 무기력, 죄책감 등을 경험합니다. 반려동물의 상실로 인해 심지어 가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상실한 경험이 있는 부부 242쌍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40%의 아내와 25%의 남편이 정신적 문제를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남편에게 있어 반려동물의 상실은 가까웠던 친구를 상실한 것과 같은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고, 자녀가 집을 떠나거나 결혼한 것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합니다. 반대로 아내는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결혼한 자녀가 연락을 끓은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친했던 친구를 잃거나 자녀가 집을 떠나거나 결혼한 것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있어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찾아오는 슬픔은 아이를 잃었을 때와 동일한 고통과 슬픔을 경험합니다. 반려동물의 사망, 사고, 실종 시 조사대상자의 94%는 극심한 고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1년이 지난 후에도 22.4%의 반려인이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반려동물과의 사별로 인한 비애가 악화되어 복합 비애나 외상 후 스트레스로 진행되지 않기 위한 반려인의 대처 방법 그 첫 번째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하였거나 공감할 수 있는 지인들과 슬픔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또 상대가 미성년인 경우, ‘반려동물의 죽음을 최소화하여 설명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잠든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아이의 혼란만 가중시켜 잠에 대한 공포가 발생할 수 있게 하고, 반려동물이 도망갔다고 표현하는 것은 반려동물의 관리를 소홀히 한 부모에 대한 원망만 가중될 수 있다’고….

한국의 ‘반려동물의 상실, 즉 펫로스에 관한 이해와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합니다. 펫로스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 관련 연구는 없었으며, 펫로스 관련 기사가 증가한 것은 2009년에 정도라고 합니다. 또 관련 강좌가 등장한 것은 2014년으로 그 역사가 매우 짧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분이라면 ‘반려인에게 있어 반려동물은 가족과 같으며 그들 삶에서 중요한 존재이자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해주어야 합니다. 이들의 슬픔과 고통은 비정상적이 반응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그들의 슬픔과 감정을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