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개가 수혈받는 피는 어디서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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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혈견’을 아시나요? 단어 그대로 공혈견은 수혈이 필요한 개들을 위해 피를 내주는 개를 말합니다.

출처 Animal Behavior College

공혈견으로는 주로 셰퍼드나 리트리버같은 대형견이 채택됩니다. 공혈견이 되면 평생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헌혈을 해야 합니다. 보통 몸무게 1kg당 10ml의 피를 채혈하죠. 공혈견은 다른 개들의 생명을 살리는 중요하고 위급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부 대학 동물병원이나 민간 동물혈액업체에서는 직접 공혈견을 키운다고 해요.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혈견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공혈견과 개 수혈에 관한 관련법이 없습니다. 지난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는 국회로부터 반려동물 수혈 혈액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그 뒤로 별다른 진전은 없었죠.

법의 보호도,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공혈견들은 참혹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는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직접 공혈견 사육농장에 다녀와 열악한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죠. 사육농장에서 지내는 300여 마리의 공혈견들은 평생 뜬장에 갖혀 녹조 낀 물과 음식물 쓰레기로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BBC News

피를 공급하는 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공혈견’을 따로 두는 것은 동불복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죠. 그렇기에 요즘은 공혈견이 아닌 ‘헌혈견’으로 전환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요. 캐나다, 영국, 미국 등지에서도 공혈견이 아닌 헌혈견 모집으로 전환하고 있죠.

공혈견과 헌혈견의 차이는 사람에 빗대어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일반 시민들은 보통 ‘헌혈의 집’을 방문해 피를 내어줍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을 어느 한 공간에 가둬두고 평생 타인에게 수혈할 피를 뽑게 한다면 어떨까요? 그곳은 ‘헌혈’을 하는 곳이 아니라 ‘공혈’ 혹은 혈액을 착취하는 곳이 되겠죠.

지난 10월 국내 최초로 한국헌혈견협회를 창립한 강부성 대표는 개들이 헌혈을 하는 것을 두고 동물학대가 아닐까 염려하는 분들에게 ‘수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시는 것처럼 가끔하는 헌혈은 적혈구 생산을 자극해 피도 더 많이 만들어내고, 대사가 활발해져 오히려 개들의 건강에도 좋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강 대표의 반려견 로빈이 역시 20번의 헌혈에 참여한 헌혈견이라고 하네요.

혈액은행에 따르면 국내 공혈견은 혈액은행에 약 200마리, 개인 동물병원에 약 300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의 삶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네요. 공혈견을 위한 올바른 제도적 장치가 어서 마련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혈견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