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강아지는 항문낭을 처리할 능력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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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반려견의 냄새는 언제 느껴도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고소한 발바닥 냄새는 빠져나올 수 없는 마성의 향기지요. 하지만 딱 하나. 참을 수 없는 냄새가 있는데 바로 항문낭이 풍기는 악취입니다.

출처 skeeze

스컹크는 위험을 느끼거나 적에게 습격을 당했을 때 악취가 나는 액체를 뿌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스컹크의 방귀라고 아는 분도 계시지만 사실 항문낭에 들어있는 분비물의 냄새지요.

강아지 역시 항문 부근에 두 개의 항문낭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비물의 양이나 색은 강아지에 따라 다른데요. 이는 아주 옛날 야생에서는 요긴한 방어 무기로 쓰이거나, 영역 표시의 도구로 쓰였답니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살면서 쓸 일이 없어진 비운의 기관이죠.

항문낭의 분비물은 배변을 볼때 조금씩 함께 배출되곤 합니다. 항문낭을 밀어내는 괄약근이 약해진 강아지들은 자력으로 배출할 수 없습니다. 치와와, 토이푸들 등 작은 강아지가 그렇고요. 살이 찐 비만 강아지들도 할 수 없다는군요. 가끔 외부 활동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도 하는데, 그것만 믿고 있기에는 조금 불안합니다.

게다가 문제는 자력으로 배출하지 않을 경우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입니다. 분비물이 항문낭에 점차 쌓이고 방치된 결과 세균이 번식하여 항문에 염증이 생기는거죠. 항문 주변이 붉게 붓고 출혈이 생기며, 배변을 할 때마다 고통스러워합니다.

출처 Chiemsee2016

이 단계로 발전하면 바로 병원으로 향해야 합니다. 조금 더 심해지면 항문낭이 파열되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아이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죠. 우리의 귀찮음으로 차일피일 미루기에는 아이가 너무 불쌍해요. 그러니 집에서 가끔 항문낭을 짜주는 것이 좋습니다.

항문낭의 분비물을 빼내는 방법은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요령만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죠. 꼭 필요하기도 하고요. 다만! 요령이 부족하면 항문낭의 액체가 튀는 경우가 있는데요.. 상당히 난감하므로 목욕할 때마다 조금씩 짜주는 것이 좋습니다.

항문낭은 항문을 기준으로 조금 아래, 왼쪽과 오른쪽에 있습니다. 항문을 시계의 중심으로 보면 4시와 8시라고 보시면 되요. 이 부분에 손가락을 살짝 대고 위쪽으로 들어올린 뒤에 짜주시면 됩니다.

분비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집요하게 시도하지는 마세요.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세요. 강아지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때는 포기하시고 다음 기회를 노리시는 게 좋습니다. 혹시 성공했다면 숨을 꾹! 참으시고, 분비물의 색을 살핍시다. 갈색, 또는 회색이라면 정상, 선명한 붉은색이나 녹색이라면 염증 가능성이 있으니 진찰을 추천드립니다.

보통 항문낭을 짜줄 타이밍을 ‘똥구멍으로 스키탈 때’로 말씀하시는 분이 많은데요. 그때는 이미 분비물이 가득차고 가려움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니, 평소 목욕을 할 때마다 한 번씩 짜주시는 걸 추천합니다. 아주 잘 설명된 영상도 많으니 함께 보시면 더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손에 묻으면, 씻어도 씻어도 냄새가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 휴지를 충분히 써서 손을 보호하실 것을 추천드려요. 아직 한 번도 해보신 적이 없다고요?! 그럼 이번 기회에 꼭 한 번 도전해보세요. 사실 이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강아지 집사가 한 번 쯤 겪어볼 미션이기도 합니다. 성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