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다고 누명 쓰고 안락사 될 뻔했던 도담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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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 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경기도 양주에 있는 뚱아저씨 집에는 도담이라는 이름의 댕댕이가 있습니다. 도담이는 구리시 토평동 야산을 떠돌다 포획된 후 동구협 보호소에서 가서 ‘사납다’라고 공고가 되어 안락사 명단에 올랐었던 아이였죠.

오늘은 그렇게 안락사로 죽을뻔했던 도담이를 우리 팅커벨 프로젝트에서 구조하게 된 사연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017년 겨울 당시. 구리시 토평동 야산을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떠돌던 도담이

이렇게 지냈던 도담이의 밥을 챙겨주던 대학교 다니던 한 여학생이 있었는데, 본인 생각에는 유기 동물 보호소로 가면 사료도 잘 챙겨먹으면서 좋은 주인 만나 입양 가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신고를 했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죠.

대한민국의 유기동물 보호소는 독일의 티어하임처럼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안락사 없이 보호해주는 곳이 아니라 법적으로 지정된 공고기간 10일이 지나면 안락사 처리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겁니다.

보호소에 10일간의 공고 기간 계류 중이었던 도담이

보호소에 들어간 도담이는 좁은 케이지, 낯선 환경에 경계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공고의 특징에 ‘사나움’이라는 표기를 하게 되었죠.

크기가 작지 않은 데다가 사납다는 믹스견 아이를 입양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여학생이 선의로 구하려고 했던 도담이는 그 상태로 안락사가 될 뻔했었죠.

여학생은 보호소에 신고를 하고 나중에야 안락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고는 후회하고 어떻게든 이 아이를 살려보려고 여러 동물보호단체에 연락을 했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아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안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팅커벨에도 이 소식을 전하게 되었고, 자기가 아직 학생이고 집안이 경제적으로도 여유있는 편은 아니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이 아이를 후원할테니 꼭 구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의 호소가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쭉 지켜본 저는 나이 어린 학생이 저렇게 간절하게 생명을 구하고자 요청을 하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마침 당시에 경기도 양주 집으로 이사를 간 후 마당 견사의 여유 공간이 한자리가 있어서 그 자리를 입양갈 때까지 이 아이를 위해 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팅커벨 프로젝트의 공식적인 구조 프로세스에 따라 운영위원회의 승인과 정회원 50인 이상의 구조 동의 절차를 밟았습니다.

사실 팅커벨 프로젝트도 다른 동물보호단체들처럼 모든 아이들을 다 구할 수 없기에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운영위원들과 정회원들께서는 일단 안전한 입소 공간이 확보된 상황인데다가 이 아이를 안락사로 죽게 할 수는 없다는 공감을 해서 동의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보담이를 동구협에 가서 구조를 한 후 저희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는 팅커벨 프로젝트에서 새로 구조한 아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방식대로 회원님들의 추천과 투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도담이’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처음 뚱아저씨 집에 왔을 때 경계를 하던 눈빛의 도담이

도담이는 보호소를 나와서 낯선 장소인 뚱아저씨 집에 처음 왔을 때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도담이와 뚱아저씨와는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오랫동안 길생활을 하며 늘 긴장을 하며 살아왔던 아이에게는 당연한 반응이었던 것입니다.

집에 온 지 며칠 동안은 무리하게 스킨십 하지 않고 사료 챙겨주고, 물 챙겨주고, 간식도 옆에 챙겨놔줬습니다. 그때까지 분위기 파악을 하던 도담이는 제가 마당의 의자에 앉아서 다른 아이들과 놀고 있으니까 슬그머니 제 곁으로 오는 겁니다.

그래서 “도담아, 잘 왔어. 이제 여기가 네 집이야. 안심해 ~”라고 말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습니다. 바로 그때 부터 도담이가 안심하고 저를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쓰담쓰담하는 손길을 느끼면서 할딱 거리며 무척 좋아하더군요.

도담이가 마당에 앉아있던 내 곁에 슬그머니 다가온 날 ~

드디어 마음을 열기 시작한 도담이

뚱아저씨의 쓰담쓰담 손길을 받아들이며 좋아하는 도담이.

도담이랑 차 타고 동물병원 다녀오던 날 ~

그렇게 한 번 마음을 연 도담이는 먼저 지내던 마당의 다른 아이들인 흰순이, 순돌이, 럭키, 테리와도 친하게 지냈습니다. 도담이는 천성이 사나운 아이가 아니고 길생활을 하다 보니 생존 본능에 의해 경계심이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죠.

그렇게해서 뚱아저씨 집에서 생활하게된 도담이와 함께 한지도 벌써 4년 4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그동안에 이 곳에서 먼저 친구들을 무지개다리 건너 떠나보내기도 하고, 다른 좋은 가족에게 입양가는 것을 배웅하기도 했습니다.

도담이가 뚱아저씨 집에서 지낸 기간은 4년이 훌쩍 넘었지만 구조 당시 1살이 채 될까 말까했던 도담이였기에 실제 나이는 5살 정도입니다. 아직도 한참인 나이죠.

얼마 전에 여름맞이 빡빡이 미용을 한 도담이.

도담이처럼 유기견 보호소에는 안락사 명단에 대기하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중에 강아지를 분양받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왕이면 유기견으로 입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위에 도담이 사례처럼 처음에는 경계를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주고 기다리면 댕댕이들은 금방 분위기 파악을 하고 먼저 다가온답니다.

샘이 많은 귀염둥이 도담이

도담이는 제가 마당의 의자에만 앉으면 늘 이렇게 와서 제 품에 안긴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샘이 무척 많은 도담이예요.

외출하는 뚱아저씨를 배웅하는 댕댕이들 (왼쪽부터 도담이, 순돌이, 벤지, 흰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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