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에서 3년간 떠돌다 구조된 유기견 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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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은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한 달쯤 전에 한 아주머니로부터 유기견을 구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도움 요청을 한 유기견은 아주머니가 살고 계시는 인천 부평구의 여월 휴먼시아라는 아파트 뒷산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유기견을 처음 발견했을 때가 3년 전인데 그 후에 아주 간간이 보이다가 최근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는데,

먹을 것도 없는 야산을 헤매고 돌아다니는 아이의 행색이 너무도 딱하고 불쌍해서 아주머니께서 구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 아주머니와는 7년 전인 2014년 2월에 ‘레오’라는 당시 부천시 오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베란다 밑에 숨어 살고 지내던 누더기 견을 구조한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레오는 당시 털을 2년은 안깎은 듯 떡진 상태에서 아주머니가 청소용역으로 일하는 아파트 베란다 밑에서 숨어살았었습니다.

그런 레오를 아주머니가 사료를 챙겨주며 돌봐줬는데 “누더기견이 아파트를 돌아다녀서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다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으로 더 이상 돌봐줄 수 없는 상태에서 팅커벨에 도움 요청을 해서 구하게 된 것이죠.

그 후 레오는 다른 사람들의 손길을 전혀 타지 않고 경계심이 많아서, 입양센터 간사들이 돌보기가 힘들어 제가 가정임보를 하다가 입양까지 하게 된 아이입니다.

레오는 지금 뚱아저씨의 사랑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잘살고 있지요.

아무튼 그런 인연으로 아주머니를 알게 된 후 간간히 레오 소식을 전하며 교류를 하게 됐는데, 이번에 레오의 구조당시 행색과 별 다를 바 없는 야산을 떠도는 이 아이에 대한 도움 요청을 하게된 것이죠.

도움 요청의 내용은 이 아이를 구조하면 본인이 집에서 키울 테니 심장사상충 등 치료비 부담 때문에 그러는데 팅커벨에서 도움을 줄 수 있냐는 얘기였습니다.

딸과 함께 두 분이 사시는데 아주머니가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기견들의 경우는 구조 후 입양 보내기가 힘들지 치료비는 그다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구조 후 입양만 하신다면 우리 팅커벨에서 아이의 치료비는 협력동물병원을 통해 전적으로 도움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팅커벨의 최종의사결정자인 정회원님들도 전폭적으로 동의하셨고요.

이렇게 원만하게 지원 결정이 된 후 다행히도 야산을 3년이나 떠돌던 이 아이는 아주머니가 밥도 챙겨주고 하다 보니 따르게 되어 크게 고생하지 않고 포획할 수 있었습니다.

포획 후 이동장에 넣은 그 아가를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양천구 목동에 있는 팅커벨 협력동물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는 동안에 장안에 있는 그 아가를 보니 맑게 눈을 뜨고 바라보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릅니다.

“아가야, 그동안 고생 많았구나. 이제 지난 과거의 아픔은 잊고 앞으로 행복하기만 하자. 너를 돌봐주실 아주머니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참 좋은 분이시란다”

협력동물병원에서 검진 결과 홍역, 파보, 코로나와 같은 다른 전염성 질병은 없었는데, 오랜 야산 생활을 한 탓에 심장사상충 양성 반응이 떴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예상했던 것이기에 치료에만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구조한 아가에게는 아주머니가 ‘초코’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초코는 팅커벨 협력동물병원에서 미용과 중성화 수술을 한 후 아주머니댁으로 갔습니다.

심장사상충 치료는 보통 1)전처치약 복용 – 2)심장사상충 제거 1차 주사 – 3)심장사상충 제거 2차 주사 – 4) 후처치약 복용의 단계로 진행됩니다.

입원해서 치료받기보다는 안정적인 집으로 가서 치료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후 초코는 아주머니댁에서 야산에서처럼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헤매거나 고생하지 않고 살뜰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치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춥고 무섭고 어두운 야산에서 무려 3년간이나 배곯아가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초코에게 따뜻한 이불에서의 첫날 밤은 어땠을까요?

초코를 입양해서 돌보고 있는 아주머니는 초코가 “너무도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한 아이”라고 합니다.

보통 야외에서 오래 생활했던 유기견들은 자기 보호본능 때문에 경계심이 무척 강해서 순화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인데 초코는 입양하신 아주머니께 금방 적응 했다고 하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초코는 심장사상충 전처치와 1차, 2차 주사를 맞고 지금은 후처치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약만 다 먹고 안정을 취하면 완치가 되는 것이지요.

그 아주머니의 용기 있는 행동이 없었다면 아마도 행복이는 지금 이 시간에도 야산을 헤매며 배고픔과 무서움을 견디며 기약 없이 살았을 겁니다.

그러다가 심장사상충 후유증으로 야산의 어느 한구석에 쓰러져서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갔겠죠.

언제 누군가에 의해 버림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난 것은 초코의 견생이 꼭 불행으로 점철되진 않았던 것이었죠.

이번에 초코의 사례를 보더라도 유기견의 입양은 소중한 한 생명의 견생을 완전히 바꿔주는 일입니다.

앞으로 초코가 지난 아픈 과거 다 잊고 사랑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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