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개 럭키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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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를 떠나보내며. 김포 페트나라 애견화장장에서.

3월 31일 럭키를 떠나보내고 집에 들어와 상심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는데 꿈에서 럭키가 단짝인 흰순이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침에 일찍 마당을 돌아보니 다른 아이들은 있는데 럭키가 없는 마당이 너무 휑하네요.

럭키를 팅커벨 프로젝트 설립하기 전인 아고라 반려동물방 시절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구조할 때부터 많이 봐오던 분들에게는 정말 친숙한 아이였을 겁니다. 그런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하니 마치 내 아이가 떠난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드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작년 11월 28일에 럭키가 살던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홍여사님과 다시 만났습니다. 몇 년만에 다시 만난 홍여사님이지만 럭키는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아무렴요. 럭키가 그까짓 세월 따위에 묻혀서 자신의 은인을 잊을 그럴 아이는 아니지요. 얼마나 의리가 있는 럭키인데요.

홍여사님은 럭키가 동작대교 다리 밑에 있을 때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럭키의 먹을 것을 챙겨주고, 잠자리도 봐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구조 후 저희 집에 있던 기간인 8년 동안에도 쭉 이어졌습니다. 매월 25일만 되면 럭키를 챙기는 홍여사님의 마음이 전달됐습니다.

8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많은 유기견 구조자들이 있지만 홍여사님은 럭키에 대한 마음이 더욱 특별한 분이셨습니다. 그러니까 럭키가 못 봤던 몇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작년 늦가을에 다시 만났을 때도 그렇게 홍여사님을 보고 좋아했던 것이겠지요.

작년에는 럭키가 건강했습니다. 그런데 럭키의 몸에 희끗희끗한 털이 나면서 럭키도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럭키가 쇠약하기 전에 더 늦기 전에 홍여사님과 동작대교에서 만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만남을 가졌던 것입니다. 그날 홍여사님을 만나러 가는 럭키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모릅니다. 지금도 생생하네요.

홍여사님을 만나러 가는 럭키와 단짝 친구 흰순이

럭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좋아하냐고요? 아닙니다. 다 알아요. 이 아이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압니다.

” 럭키야, 오늘 홍여사님 만나러 동작대교에 가는데 기분이 어때? 좋지? 흰순이랑 같이 가니까 더 좋지? “

제가 이렇게 말했거든요.

럭키와 흰순이는 다 알아들어요. 동작대교 다리에 도착했을 때 계단을 내려갔는데 홍여사님이 계신 모습을 보고 럭키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럭키는 정말 좋아할 때 뽀뽀를 해줍니다.

이 녀석이 상남자인데도 보면 은근히 잔정이 많거든요. 애정 표현도 잘해요. 오랜만에 만난 홍여사님에게 뽀뽀 세례를 퍼붓는 럭키를 보니까 정말 뭐랄까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참 기특한 녀석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더군요.

홍여사님과 럭키의 동작대교 옆 서래섬 산책

럭키가 살았던 동작대교 앞한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홍여사님과 럭키

며칠 전 ‘동작대교에 버려진 검둥개 럭키’ 책을 출판한 국민서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럭키 책이 잘 팔려서 6쇄를 찍게 됐다고요. 우리 럭키는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유기견 친구들의 동물병원비 마련을 위해 인세 후원금까지 내는 기특한 아이입니다.

럭키는 이제 무지개다리를 건너 하늘나라로 갔지만 럭키의 유산은 살아남아 다른 유기견 친구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계속 보탬이 되어주겠지요.

럭키가 다른 유기견 친구들을 위해 인세로 동물병원비를 후원하는 책. 동작대교에 버려진 검둥개 럭키 (국민서관)

너무 많이 슬프고, 너무 많이 아쉽네요. 몇 년만 더 살았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요?

럭키는 정말 키우는 데 힘이 하나도 들지 않았던 착한 아이입니다. 처음에는 경계심이 강했지만 그 다음에 제게 마음을 주고부터는 늘 환하게 웃고 뽀도 잘해주던 럭키였습니다.​

흰순이랑 친한 것뿐만 아니라 큰아이든, 작은 아이든 뚱아저씨네 공간에 들어온 아이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 럭키였습니다. 말도 잘듣고 착한 우리 럭키.

어제 럭키를 떠나보내면서 마지막에 뽀뽀를 해주고 가만히 옆자리에 누워서 숨을 거둔 럭키 모습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저는 그게 럭키가 컨디션이 좋고, 기분이 좋아서 한 뽀뽀였는지 알았는데 그게 럭키의 마지막 인사였나 봅니다.

“럭키야, 너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나에게는 다 좋았어. 하늘나라에서도 단짝 흰순이 잘 지켜보고 있고, 우리 팅커벨 아이들 좋은 가족 만날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줘. 사랑해. 잊지 않을게 ~ “

작년 11월 28일 홍여사님과 럭키의 동작대교에서의 7년 만의 만남 장면 동영상을 끝으로 이만 줄입니다. 위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럭키에 대한 유작 글이 됐네요. 럭키와 홍여사님의 7년 만의 감동적인 만남을 자세히 읽고 싶으신 분은 클릭하세요

홍여사님과 럭키의 동작대교에서의 7년만의 만남 동영상. 작년 11월 28일

■ 사랑하는 럭키를 추억하며..

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http://cafe.daum.net/T-PJT)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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