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벨 입양센터의 늙은 고양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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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입양센터 고양이방의 늙은 고양이 짱이~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오늘 입양센터 유기견 산책 행사를 못 하게 돼서 정말 아쉬운 토요일 아침입니다. 새벽에 잠을 설쳐 뒤척이다가 그제 쓰담쓰담했을 때 살이 많이 빠져서 뼈가 잡히던 짱이 생각이 나서 몇 자 써봅니다.

짱이는 2014년 3월 팅커벨 입양센터 개소했을 때 처음으로 입소한 고양이입니다. 2013년에 설립한 팅커벨 프로젝트는 유기견 구조에만 집중하다 보니 고양이는 한 번도 구조해본 적이 없었어요. 처음에 그랬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대표인 뚱아저씨가 고양이를 낯설어해서가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올해 50대인 뚱아저씨 세대가 어린 시절 즐겨보던 TV 프로그램 중에 ‘전설의 고향’ 이 있습니다. 초, 중학생 시절이던 그때 방송되던 전설의 고향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다 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전설의 고향에서 나쁜 영향을 받은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고양이에 대한 편견’ 이었어요. 당시 전설의 고향에서는 고양이를 꽤 많이 다뤘는데 한결같이 ‘요물’로 묘사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때 방송했던 한 장면이 생각이 납니다. 이런 장면이었어요.

” 옛날 어느 시골 초가집에서 키우던 개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주인은 개도 좋아하고, 고양이도 좋아하며 잘 키웠어요. 그래서 개와 고양이 둘이 사이좋게 주인집에서 잘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초가집 부뚜막 위의 기둥에 원한을 품은 독사가 있었어요. 마침 가마솥에 밥을 짓고 있었는데 뜸을 들이느라 뚜껑을 열었어요.

그런데 그 열린 뚜껑 사이로 독사의 독이 한방울씩 떨어지는 겁니다. 개와 고양이는 그것을 보고 멍멍, 야옹야옹 짖었어요. 그렇게 몇 분이 지난 후 주인이 밥을 푸러 부뚜막으로 왔어요. 그때 개와 고양이는 더욱 결사적으로 멍멍, 야옹야옹하며 더 크게 짖었어요.

그랬더니 주인이 “이 녀석들이 오늘따라 왜 그래?”라고 하면서 독사의 독이 떨어진 밥을 푸려고 하는 겁니다. 그 위기의 순간에 개는 계속 멍멍 짖었는데, 고양이는 안되겠다 싶어 날카로운 발톱으로 주인의 팔을 할퀴었어요. 그랬더니 주인이 “아야. 아파”하면서 밥주걱을 놓쳐버리고 팔에서 피를 흘렸어요.

그 상태에서 더 밥을 풀 수 없었던 주인은 개와 고양이에게 크게 화를 내고 내쫓았습니다. 그리고는 상처를 치료하러 방으로 들어갔죠.

주인의 목숨을 지켜주려다가 집에서 쫓겨난 개와 고양이는 억울했어요. 하지만 개는 “주인님이 잘 몰라서 그런 거니까 우리가 이해해야 해”라는 것이었고, 고양이는 “어쩌면 내가 자기 생명을 구했는데 나를 몽둥이로 내쫓을 수 있어? 가만히 안 둘 거야”라고 원한을 품은 겁니다.

고양이를 요물로 묘사한 ‘전설의 고향’의 한 장면

그때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안 좋아졌어요. 고양이에게 할퀸 상처를 치료한 주인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부뚜막으로 갔다가 위를 쳐다봤더니 독사가 솥뚜껑으로 독을 떨어뜨린 것을 봤어요. 그 때서야 비로소 “아.. 아까 개와 고양이가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미안하게 생각했어요.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개가 다시 돌아왔는데 주인이 미안하다고 반갑게 반겨주었는데, 고양이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자기가 생명을 살려주려고 한 주인이 자기에게 몽둥이로 해를 끼친 것에 원한을 품고 주인에게 앙심을 품고 해코지를 했습니다. “

이런 내용이었어요. 어린 시절 재밌게 보던 전설의 고향에서 이 장면을 보고는 “개는 충직한 동물, 고양이는 요물” 이런 생각을 은연중에 세뇌를 당하게 된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생긴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정말 오래갔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강아지는 계속 좋아했는데 고양이는 왠지 모르게 꺼림직한 생각을 늘 가졌어요.

팅커벨 입양센터 고양이방 1호 입소묘 짱이~

그러다가 그 생각이 깨지게 된 것이 바로 팅커벨 입양센터에 고양이 방을 만들고, 거기에 처음 입소한 짱이, 밀크, 식빵이를 매일 같이 대하면서였습니다. 그때 내가 직접 가까운 데서 보고 쓰담쓰담 스킨쉽도 하던 고양이들은 요물이 아닌 사랑스런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지금은 밀크와 식빵이는 입양 가서 잘 살고 있고, 그 후로도 많은 아이들이 입양센터 고양이방을 거쳐서 좋은 집으로 입양을 갔지만 입양센터 설립 이후 첫 번째로 입소한 늙은 고양이 짱이는 벌써 만 6년째 입양센터 고양이방 생활을 하고 있네요.

덩치는 무척 컸지만 무척 순딩이고 사람을 좋아했던 밀크~

코에 묻은 짜장이 매력적인 식빵이~

타니언니에게 구조됐을 당시의 짱이

고양이 짱이는 2014년 2월 말경, 딱 이맘때네요. 서울시 중구 신당동의 한 골목에 쓰러져서 다 죽어가고 있던 아이였어요. 몸에 상처도 많이 입었죠. 그랬던 아이를 팅커벨 회원이었던 타니언니가 구해서 병원에서 치료한 후 친구와 함께 하는 의류 쇼핑몰 사무실에서 돌보다가 팅커벨 입양센터 고양이 방이 생기면서 첫 번째 아이로 입소하게 됐습니다.

2014년에 설립한 팅커벨 입양센터는 유기견 입양센터의 역할만 하려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당시 개도 좋아하고 고양이도 좋아하던 우리 회원님들 중에는 입양센터에 고양이방도 생겼으면 하는 소망을 얘기했었죠.

​그 때 결심한 거죠. “그래. 그래도 우리가 명색이 동물보호단체인데 개만 돌보는 것에 그치면 안되지. 고양이도 이 기회에 한 번 구조해보자”라고 생각하고 고양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게 된 겁니다.

그때 딱 마침 처음으로 입소한 고양이가 짱이였던 것이죠.

입양센터 간사님과 장난을 치는 짱이~

짱이가 아주 좋아했던 조카들~ 임신한채 구조된 어미묘 흰둥이로부터 입양센터에서 출산한 상추와 망고 (두 아이 모두 입양 완료)

짱이는 특히 망고와 아주 많이 친했었죠!

짱이(왼쪽)와 망고 2

짱이(오른쪽)와 망고3

짱이가 고양이방에서 생활한 6년 동안 팅커벨 프로젝트의 고양이 정책에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그동안 유기견 구조단체로만 알려졌던 팅커벨 프로젝트가 은근히 고양이를 위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많은 캣맘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국회 고양이 급식소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님께 적극 건의해서 설치하게 되었고, 중부지방국세청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후원했고, 특히 길고양이 복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TNR은 서울시의 공모사업으로 3년째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150마리의 길고양이 TNR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팅커벨에서 기증한 국회 고양이 급식소

팅커벨에서 기증한 중부지방국세청 고양이 급식소

그리고 작년부터는 길고양이를 돌보다가 발견된 구내염에 걸려서 고통받는 냥이들을 모두 6마리를 구해서 치료해줬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구내염에 걸린 길고양이는 전발치 치료가 거의 유일한 방법인데, 부작용 없이 완벽하게 발치를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한 아이당 평균 120만 원 ~ 150만 원 정도 들어요. 그러다 보니 많은 아이들을 하지는 못하고 작년 한 해 동안 6마리 구내염 걸린 냥이들을 치료해줬습니다.

팅커벨의 구내염 길고양이 치료 프로젝트로 치료한 ‘문삼이’. 문래동에서 구조해서 치료한 세 번째 고양이라는 뜻으로 문삼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어쩌면 팅커벨 프로젝트의 고양이 정책에 대한 이러한 변화는 짱이로부터 비롯되엇다고도 볼 수 있어요. 짱이도 구조 당시 구내염이 무척 심해서 발치 치료를 하고 입양센터 냥이방 생활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제 냥이방에서 쓰담쓰담하던 짱이가 요즘 체중이 많이 빠져서 유난히 뼈가 많이 잡히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짱이에 대한 이야기를 빌어서 팅커벨 프로젝트의 고양이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구조 당시에 10살로 추정됐던 짱이는 이제 추정 나이 16살이 됐습니다. 아마도 그때 구조를 하지 않았다면 길에서 쓰러져 죽었겠죠. 하지만 입양센터 간사님들의 따뜻한 보살핌과 고양이방 봉사자님들의 사랑스런 손길로 6년을 더 건강하게 생활했네요.

나이가 많은 짱이는 입양센터 고양이방이 집입니다. 그래서 입양을 안 보내려고 해요. 나이 많은 짱이가 입양가면 오히려 더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입니다.

언제까지 우리 곁에 있어줄지 모르겠지만 짱이는 그 존재 하나만으로도 우리 팅커벨 프로젝트에는 축복과 같은 아이입니다. 고양이를 꺼려하고 대면대면하게 생각했던 제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 아이이죠.

짱이가 비록 나이는 많이 먹어 예전보다 기력은 많이 쇠했지만 그래도 더 힘내서 건강하게 살아주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짱이야, 사랑해. 앞으로도 더 힘내서 많은 시간 우리 곁에 있어줘. 짱이야 너는 우리의 축복이고 사랑이야 ~

목욕도 잘하는 짱이. 목욕 후 드라이룸에서 털을 뽀송뽀송하게 말리고 있는 짱이~

짱이와 다섯 고양이들이 함께 지내고 있는 팅커벨 입양센터 고양이방

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http://cafe.daum.net/T-PJT)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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