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고양이는 해로운 동물이다” 고양이, “네?! 제가요?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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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해로운 새다”

1955년 농촌에 현지 지도를 나간 모택동 주석은 지나가던 참새를 검지로 가리키며 “참새는 해로운 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며칠뒤, 농업발전을 위한 강령을 발표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네 가지 해로움을 제거하는 것, 제사해(除四害)였습니다.

사실 제사해는 쥐와 파리, 모기를 퇴치하자는 좋은 의도의 운동이었습니다. 당시는 위생이나 전염병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모택동의 교시에 의해 참새가 더해지면서 참새를 잡는 운동으로 변절했다는 점입니다. 진짜 원인이었던 쥐와 파리, 모기는 제쳐 두고 가장 만만한 참새잡이에 모든 인민(!)이 동원되었던 것이지요.

중국은 1958년 한 해 동안 2억 마리가 넘는 참새를 사냥합니다. 그 결과 참새가 잡아먹던 메뚜기와 다른 해충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요. 참새를 때려잡은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기록적인 대흉년을 맞이하는데, 이 흉년은 최소 2,000만 명이 넘는 아사자를 남기게 됩니다.

“算了”

상황은 심각했지만 죽임을 당한 참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련으로부터 참새를 수입하는 지경에 이르지요. 보다못한 참모들이 이 짓(?)을 계속 해야하냐고 질문하자 모택동은 ‘算了’, ‘됐다’고 대답합니다. 말 한 마디로 시작된 참새 사냥은 이렇게 막을 내리는데요.

지난 27일, 환경부가 들고양이를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해로운 동물로 규정하고 ‘관리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 중성화 방법이 성호르몬을 감소 시켜 세력 다툼을 줄이기 때문에 정소와 난소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세력 다툼 발생률을 끌어올려 개체 밀도를 낮추는 것.

이에 더불어 위협받는 새의 개체수 보호를 위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새보호목도리’를 들고양이에게 강제로 착용시키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새보호목도리는 원색의 천으로 만든 목도리로, 고양이의 목에 채워 새 등의 동물이 고양이의 접근을 잘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고양이의 사냥 성공률을 낮추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관리 대책을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서 환경부는 “고양이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이지만 야생에 사는 들고양이는 새, 소형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등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치명적인 포식자다. 특히 잡은 동물의 일부만을 먹이로 삼고 재미 삼아 사냥하는 습성도 있다. 그 때문에 새 등의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감소시키고 일정 지역에서는 멸종까지 일으킨다.”고 전했습니다.

환경부는 고양이가 재미 삼아 사냥한다는 부분에 ‘들고양이는 사냥한 먹이의 28%만 섭식한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도시와 시골에 서식하는 한국 배회고양이의 먹이자원과 서식밀도 비교 논문’을 제시했는데요. 논문을 살펴보니, 이 논문은 들고양이가 아닌 길고양이(배회 고양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이었습니다. 환경부가 말하는 관리 대상 고양이는 배회 고양이가 아닌, 들고양이고 말이죠.

게다가 논문에는 길고양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이나 음식물 쓰레기(인위적 먹이)의 ‘가용성이 가장 높고 풍부’하며(동일 논문 62p), ‘조류를 많이 포식할 거라는 일반적인 추측과 달리 일부 연구에서도 조류의 포식율은 7~14%로 낮았다(같은 논문 65p)’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냥한 먹이의 28%만 섭식한다’는 문구도 환경부가 제시한 논문의 직접적인 발표가 아닌 ‘Quantifying free-roaming domestic cat predation using animal-borne video cameras’ 리포트의 인용문으로, 원문은 ‘포획 현장에 49%의 먹잇감이 남았고, 28%는 먹었고 23%는 집으로 가져갔다(187p)’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8%만 먹고 나머지는 그냥 재미 삼아 사냥한다’는 것과는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는데요. 환경부가 새보호목도리를 들고양이에게 강제 착용 시키는 것의 근거로는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일부만 먹는다는 것도 ‘배부르면 그만 먹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리포트의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면 ‘전과는 대조적으로 포유류와 새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것이 아닌, 파충류 포획률이 가장 높다’라고도 말하고 있는데요. 앞서 환경부가 제시한 논문도, 그 논문이 인용한 리포트도 반려묘 외의 다른 고양이(길고양이, 들고양이)가 새의 개체수를 위협한다는 이야기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환경부의 이런 정책에 많은 반려인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이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시작되었는데요. 청원자는 “겨울이면 물기가 흡수되어 얼어 죽고, 여름이면 더워 죽을 것’이라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길 위의 고양이를 떼죽음시키는 생각을 철회하라’라고 말했습니다.

올라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태계를 위협하는 해로운 동물 들고양이. 제2의 제사해가 되지는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