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간택 받았다고요? 그거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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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아주 쌀쌀해졌어요. 길가를 홀로 거니는 길냥이들이 왠지 더 애처롭게 보이는 시기네요. 이 날씨에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저 아이… 이 추운 밤을 홀로 지새워야 할 테고, 어차피 나만 고양이가 없으니 ‘이건 분명 간택이다!’라며 생각하시지는 않으셨나요?

하지만 그건 많이 위험한 생각이에요. 당신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테고, 그 아이는 생각지도 않았을 수 있거든요. 간택이 어디 그리 쉽게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춥고 배고프다고 해서 모든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

길가의 고양이를 보면 안쓰럽고 가여워 집에서 키우려는 마음이 들 때, 꼭 알아야 할 점이 있어요.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는 두 종류가 있다는 점이죠. 야생에서 태어나 사람과의 접촉 없이 자라난 순수 길고양이와 집사와 함께 살다가 집사에게 버림을 받거나 스스로 집을 나온 가출 고양이가 그것이죠.

가출 고양이는 이전에도 사람과 함께 지내본 경험이 있어 다시 입양되더라도 잘 적응하는 편입니다. 물론, 버릇은 좀 무서워서 다시 나가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아요 :( 그리고 태어난 지 8주 이내의 길냥이 새끼도 입양 후 집사의 보살핌에 쉽게 익숙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성묘가 될 때까지 밖에서만 생활해 온 길고양이는 사람과 지내는 환경을 매우 힘들어해요. 길고양이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오랫동안 지내온 환경을 가장 편하고 안락한 집으로 여기기 때문이에요.

또한 다른 길고양이들과 긴밀한 결속력을 맺으며 무리를 지어 다니기를 좋아해요. 그런 길고양이를 무리로부터 떼어내 구조(자칭)한 뒤 입양하는 것은 어려운 서로에게 무척 어려운 일이랍니다.

애당초 순수한 길냥이는 잡기도 만만찮아서 아무나 그 일을 할 수도 없거니와, 혹시 구조(라 쓰고 포획이라 읽는…)에 성공하더라도 이내 집을 나가버리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가출한 고양이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길고양이 또는 아프거나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에 집중하여 구조와 입양을 하는 것이 좋아요. 정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길고양이를 선별해서 도움을 주는 것. 고양이와 사람! 서로의 아름다운 동행 방법이 아닐까요?

또 한 가지, 위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길고양이는 집사와 생활에 잘 적응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홀로 떨어진 새끼 고양이라도 주변에 어미 고양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잘 자라고 있는 냥이를 어미에게서 뺏는 건 다시 한번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더 심한 경우 귀엽다고 몇 번 쓰다듬고 가시던 길을 가시는 분도 있는데요. 사람 냄새가 묻은 새끼는 어미 고양이에게 버림받는 경우가 있으니, 절대! 절대!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대서는 안 돼요. 우리 서로에게는 각자의 세상이 있으니까요.